바둑은 단지 게임이 아닙니다. 바둑은 전문 바둑 기사, 분석가, 팬이 함께하는 살아 숨 쉬는 문화입니다. 지난 10일간 서울에서 우리는 흥미진진한 세기의 바둑 대결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무려 18개의 세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적인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그동안 얼마나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거리에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지켜보고 있는 서울 시민들 (3월 13일)

바둑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게임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5회에 걸친 대국은 전 세계적으로 예상보다 훨씬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바둑 규칙과 바둑판에 대한 검색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실시간 중계를 시청했고 ‘인간 대 기계의 바둑 최종 대결’이라는 해시태그가 시나 웨이보(Sina Weibo)에서 2억 건의 페이지 뷰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바둑판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알파고의 목표는 단지 바둑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2010년 설립된 딥마인드의 목표는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다목적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기후변화, 질병 진단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활용하는 것입니다.

과거 많은 연구자들이 그래 왔듯이, 구글 딥마인드에서도 게임을 통해 알고리즘을 개발 및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 1월 처음 공개한 알파고 딥 러닝 강화 학습을 활용해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한 보드게임으로 불리는 바둑에서 전문 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최초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입니다. 알파고의 마지막 과제는 지난 10년간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로 인정받은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펼치는 것이었습니다.

대국 결과는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알파고가 5회 대국 중 4회에서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알파고가 전례 없는, 창의적인, 심지어 아름다운 수를 많이 놓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터에 따르면, 2회 대국에서 알파고가 과감하게 둔 37번째 수는 인간 바둑 기사가 둘 수 있는 확률이 1만 분의 1이었습니다. 한편 이세돌 9단은 4회 대국에서 역시 인간의 경우 1만 분의 1의 확률로 둘 수 있는 78번째 수를 비롯하여 획기적인 수를 여럿 선보였고, 결국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4:1의 매치 스코어를 기록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에서는 이번 대국 상금 1백만 달러를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을 후원하는 기관들 및 유니세프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알파고는 이번 바둑 대결을 통해 2가지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먼저, 이번 대결은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알파고는 바둑판을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인간은 배운 적도 없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수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알파고와 같은 기술을 다른 분야에 응용하면 인간이 발견할 수 없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다음으로, 이번 대국은 주로 ‘인간 대 기계’의 대결로 묘사되었지만, 사실 알파고 역시 인간의 노력이 이뤄낸 산물입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서로 경쟁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 기회,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이며,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바둑과 관련해 ‘이겼다고 자만하면 운이 다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나감에 있어 이 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이뤄 낸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그러나 여전히 작은 발걸음 하나에 불과합니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최첨단 딥러닝 및 강화 학습 기술은 강력한 바둑 및 아타리(Atari) 게임 플레이어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심층 신경망은 이미 구글 내에서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검색 순위 결정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계가 인간처럼 다양한 지적 과제들을 유연하게 수행할 수 있으려면, 즉 진정한 인공 일반 지능을 구현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이세돌 9단이 사인한 바둑판을 들고 있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 이세돌 9단

저희는 이번 대결을 통해 알파고의 한계를 테스트하고 싶었습니다. 이세돌 9단은 천재 바둑 기사라는 타이틀에 맞게 놀라운 대국을 보여주었고, 저희팀은 향후 몇 주간 이번 대국 결과를 상세히 분석할 예정입니다. 알파고에서 사용된 머신러닝 기법은 범용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이 기술의 일부를 다른 도전 과제에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알파고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이 포스팅은 구글 아태지역 공식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s://googleblog.blogspot.kr/2016/03/what-we-learned-in-seoul-with-alphago.html)


작성자: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 겸 공동창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