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3년 11월 19일 화요일

안녕하세요, 구글코리아 정재훈 입니다.

전편에 이어 소식 전합니다. 오늘은 실리콘밸리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글로벌 진출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계신 걸로 압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에 실리콘밸리에서 느낀 점과 배운 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봅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 2013]의 런던 일정에 이어 실리콘밸리 일정 역시 피칭 연습, 멘토링, 주요 기업 방문, 엑셀러레이터와 투자자 앞에서의 피칭 및 미팅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작년에 이어 우리 스타트업들의 잠재력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기술력이나 서비스 내용만 가지고 보면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여느 스타트업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다만 목표로 하는 고객이 있는 시장을 제대로 찾아서 분석하고 그에 집중하는 능력이 정말 필요합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대다수의 스타트업들 역시 이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 중에 우뚝 설 때 비로소 성공하게 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고객층을 잡고 이에 집중해서 남들과 진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영국사람들보다 미국 사람들은 직접적이고 공격적으로 비즈니스와 관계된 피드백이나 질문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피드백과 멘토링을 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나가고 자신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에 대해 점차 확신을 가지게 되는 모습들이 가장 값진 성과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짧은 시간에 요약해서 해내야 하는 피칭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이번에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물론 제품과 서비스가 좋으면 투자자가 쫓아와서라도 투자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신의 서비스를 설득력있게 전달할 줄 아는 능력 역시 필수적인 것입니다. 피칭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정보는 (1)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 (2)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 방법, (3) 시장 경쟁 상황 및 차별화 방안, (4) 현재 단계 및 향후 추진 방안, (5) 요구사항 등이라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정말 세계 각국에서 인재들이 몰려 들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멕시코,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에서 온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또 덴마크 정부가 세운 이노베이션 센터를 방문하면서 모든 국가들이 실리콘밸리와 자국의 생태계를 연결시키려 하고, 함께 성공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하는 노력들이 헛되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NestGSV에서 첫날 일정을 시작하면서 콜롬비아에서 날아 온 35개 스타트업과 일부 일정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NestGSV는 조만간 송도와 서울에 사무실을 열고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콜롬비아에서 선발된 3개 팀과 우리나라 5개 팀이 피칭 배틀을 했는데 “비스킷(Biscuit)”이라는 앱 서비스를 만든 크로키(Croquis)가 우승하였습니다. 우리 스타트업들에 비해 아직 콜롬비아 스타트업들은 기본 단계에 머무는 수준 같아 보였습니다. 그들은 지난 20년간 혁명기를 거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기 위해 이제 막 정부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려는 노력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만든 정부 프로그램에 선발된 스타트업들도 그래서 거의 40대 위주의 스타트업들이었습니다.

이곳 투자자들은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회사가 아니고는 투자를 잘안하려고 한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리콘밸리에 전 직원이 상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를 설립하고 한 두 명의 직원만 두고 R&D는 본국에 가서 진행하는 모델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아울러 한국시장에서 초기단계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투자를 하더라도 기업공개(IPO) 밖에는 투자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딱히 없는 실정입니다. 해외와 달리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만, 좋은 스타트업이 없어서 M&A가 안되는 것인지, M&A를 안하므로 좋은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심도있게 따져봐야 할 문제 같았고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와서 알게 된 유용한 정보는 정부의 벤처투자자금을 모아 조성한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인 한국벤처투자(주)가 엔젤투자매칭펀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기업에 엔젤투자가 이루어지면 한국벤처투자가 이에 매칭 투자를 진행하고, 나아가 2년 안에는 엔젤투자자가 나머지 50% 지분을 사들일 권리까지 부여하는 매우 좋은 제도로 보였습니다. 한국 스타트업들도 이 제도를 잘 활용하여 투자를 많이 받도록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직 조성된 기금에 비해 이용 실적은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총평을 하자면, 우리가 실리콘밸리의 성공에 한발짝 더 다가선 느낌입니다. 모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을 막연한 구름 저편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구나”라는 말을 했습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엔젤투자자로부터 투자제의를 받기도 했고, 향후 팀원으로 영입할 후보자와의 뜻깊은 만남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좋은 경험과 기회를 많이 포착하고 돌아가는 길이라 마음이 뿌듯합니다.

6개팀 중 4개팀이 국내외 투자유치에 성공한 [글로벌 K-스타트업 2012] 팀들의 성공에 이어, [글로벌 K-스타트업 2013] 팀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실패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노력하는 모든 스타트업들께 격려를 보냅니다.

작성자 : 구글코리아 정책팀 정재훈